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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은 일본 서점 탐방기 (교토, 도쿄, 오사카)

by 머니인사이트001 2025. 4. 9.

일본에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서점이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을 넘어, 이들 서점은 일본의 문화를 품고 있고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온 역사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도시인 교토, 도쿄, 오사카에서 10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실존 서점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철학, 공간 구성, 지역성과 문화적 가치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건축과 문화를 아우르는 공간으로서의 ‘오래된 서점’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콘텐츠입니다.

교토 – 전통과 감성이 살아있는 ‘케이분샤’

‘케이분샤’는 단순한 서점 그 이상의 공간입니다. 교토 이치조지 지역에 자리한 이 서점은 1925년 창업 이후 현재까지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며, 일본 내에서도 ‘예술적 서점’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외관은 전통 일본 가옥 구조를 일부 계승하고 있으며, 내부는 낮은 천장과 나무 책장이 주는 아늑함이 돋보입니다.

케이분샤의 특징은 명확한 큐레이션입니다. 매장 한켠에는 문학, 예술, 사진, 요리, 공예 등 테마별 책이 정갈하게 분류되어 있으며, 독립 출판물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띕니다. 각 책에는 손으로 쓴 서평이 붙어 있어, 서점 직원의 추천과 감성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또한 부속 갤러리 공간에서는 소규모 전시나 북토크, 문화 행사도 정기적으로 열려, ‘읽는 공간’을 넘어 ‘머무는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공간의 연결 방식입니다. 좁은 복도와 책장 사이사이마다 작은 창이나 식물, 포스터가 배치되어 있어 시선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감성적 공간 구성은 케이분샤가 단순한 상업 서점을 넘어 ‘교토 감성’을 대표하는 서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100년 넘은 일본 서점 탐방기
100년 넘은 일본 서점 탐방기

도쿄 – 출판의 상징 ‘이와나미 서점’의 유산

도쿄 지요다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와나미 서점은 일본 현대 출판사 중 가장 전통 깊은 브랜드 중 하나로, 1913년 창업 이래로 일본 지식인의 아이콘으로 군림해왔습니다. 본래는 학술서와 인문학 중심의 출판사를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이와나미 서점’이라는 이름의 직영 서점도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일본 출판 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이와나미 서점은 기능적으로 매우 단정하며, 외관은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지만 내부는 고전적인 느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목제 책장과 깔끔한 조명 아래 진열된 책들은 대부분 이와나미 문고 시리즈, 철학, 사회과학, 문학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단순한 서점이라기보다는 ‘지식의 서재’처럼 느껴지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건축적으로는 군더더기 없는 직선 위주의 구조와 조용한 조도 조절을 통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와나미 문고는 1927년부터 이어온 시리즈로, 일본 근현대 인문학의 기초라고 할 만큼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서점은 그 방대한 지식의 축적을 공간 안에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출판문화와 독서문화가 밀접하게 연결된 일본의 모습을 대표합니다. 서점 자체는 작지만, 그 의미와 콘텐츠의 깊이는 매우 큽니다.

오사카 – 지역에 뿌리내린 ‘다이키 서점’

오사카 텐노지역 부근의 다이키 서점은 1912년에 문을 연 이후 10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지역 밀착형 서점입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들이 도심을 점령한 지금도, 이 서점은 지역 주민의 생활 속 일부로서 살아 숨쉬는 공간입니다. 서점의 외관은 전통적인 쇼와 시대 목조 건축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간판부터 진열방식까지 시대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손때 묻은 큐레이션’입니다. 책장 배열이나 분야 구분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 서점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오래된 일본 아동서적부터 지역 출판사에서 낸 사회 비판 도서, 희귀한 학술서적까지 다양한 책들이 곳곳에 진열되어 있어, 보물찾기 하듯 책을 탐색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인은 대를 이어 운영 중이며, 가끔은 손님과 차를 마시며 책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건축적으로는 세월이 만든 깊이가 공간에 배어 있습니다. 낡았지만 따뜻한 나무 바닥,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낮은 천장이 주는 아늑함이 조화를 이루며, 디지털 시대에 보기 드문 아날로그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오사카를 방문한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소중한 장소입니다.

일본의 오래된 서점은 책 이상의 시간을 품고 있습니다

10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서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유산입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지역성과 건축, 큐레이션 철학, 사람들의 기억이 오랜 시간 쌓인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케이분샤, 이와나미 서점, 다이키 서점은 각각 교토, 도쿄, 오사카라는 도시의 특성과 시대 흐름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여행에서 대형 관광지 못지않게 오래된 서점 한 곳을 찾아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곳에는 책과 공간,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머물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