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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무계획 여행, 어디로 어떻게 떠날까

by 머니인사이트001 2025. 5. 27.

퇴사는 단순히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아닙니다. 반복된 출근과 회의, 보고서, 관계의 피로에서 한 걸음 벗어나겠다는 결심이고, 삶의 방향을 잠시 멈추고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막상 퇴사를 하고 나면, 마음속 공백이 의외로 크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기뻐야 할 것 같은데, 어쩐지 막막합니다. 할 수 있는 건 많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퇴사 후 ‘여행’을 떠올립니다.

이 글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목적지가 명확하지 않아도 괜찮고, 계획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여행. 오히려 계획 없는 여행이기 때문에 더 많은 감정을 회복할 수 있고, 더 많은 자신을 만나게 되는 시간. ‘무계획 여행’의 방식과 그에 맞는 국내 장소들을 제안합니다.

퇴사 후 무계획 여행, 어디로 어떻게 떠날까
퇴사 후 무계획 여행, 어디로 어떻게 떠날까

1. ‘아무 데나’가 진짜 힐링이 되는 여행 – 전남 고흥

퇴사 직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는 “이제 뭐 할 거야?”입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마음에 자꾸 질문이 쏟아지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아무것도 묻지 않는 공간입니다. 전남 고흥은 그런 장소입니다. 누구도 목적을 묻지 않고, 누구도 바쁘지 않은 곳.

고흥의 소록도, 나로도, 봉래산 일대는 관광지보다는 거주지 중심으로 조용하게 흘러가는 지역입니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 있었던 바다와 사람들, 적막한 시골 마을이 주는 리듬이 ‘내 감정의 속도’를 다시 정돈해 줍니다. 게스트하우스도 많지 않지만, 독채 민박을 중심으로 조용히 며칠을 지낼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바닷가를 걷고, 저녁에는 해 질 녘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 그 하루 안에서 ‘무언가를 하지 않음’이 오히려 충만한 경험이 됩니다. 고흥은 무계획 여행의 진짜 매력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누구의 일정도 필요 없는, 나만의 흐름으로 흘러가는 여행.

2. 숙소만 정해두고 떠나는 느슨한 도시 여행 – 경북 안동

무계획 여행이 무작정 떠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계획을 최소화한 채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안동은 그런 여행자에게 최적의 도시입니다. 역 근처 숙소만 하나 잡아두고, 도착한 후에 그날의 기분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구성. 무엇보다 안동은 문화와 일상이 조화롭게 섞여 있어, 어느 길을 걷더라도 새로운 감정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안동구시장, 찜닭골목, 문화의 거리, 월영교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대부분 도보로 이동 가능합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도 많아 눈치 보지 않고 식사하거나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있고, 느리게 걷는 사람에게 더 많은 시선을 주는 따뜻한 도시입니다.

하회마을까지는 버스로 약 40분, 또는 자전거로 이동이 가능하며, 그 길 자체가 여행의 일부입니다. 퇴사 후에 느끼는 공허함은 누군가와 함께 있어서 채워지기보다, 스스로가 나를 마주하며 만들어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안동은 그런 감정을 받아들이기에 좋은 도시입니다. 며칠을 묵고 나면, 막연했던 생각들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3. 기차만 예약해두고, 도착해서 결정하는 하루 – 전북 군산

무계획 여행의 정점은 ‘기차표 하나만 들고 떠나는 여행’입니다. 군산은 그에 가장 적합한 도시입니다. 목포나 여수보다 인파가 적고, 바다와 도시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당일치기나 1박 2일 일정 모두 소화가 가능합니다. 서울역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정도,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군산역 앞 풍경부터 이미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군산은 레트로 감성과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초원사진관, 경암동 철길마을, 동국사 같은 장소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감정을 이끌어냅니다. 비 오는 날이면 그 분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자연스러워집니다. 이동도 간편하고, 도보나 버스로도 대부분의 명소에 접근할 수 있어 동선을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퇴사 후 군산을 걷는다는 건, 바쁘게 지나왔던 삶의 리듬을 잠시 멈추는 일입니다.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 들어가 책을 펼치고, 다시 나와 무작정 걷는 하루. 그렇게 보내는 하루가,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의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무계획 여행이 회복의 시간이 되는 이유

계획이 없다는 건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자유로운 방식이기도 합니다. 특히 퇴사 후에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피로하게 만듭니다. 이럴 땐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하루가 결정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구조는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에서만 가능합니다.

무계획 여행은 자극이 적습니다. 비교하고, 성과를 내고, 만족을 검증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조용히 걷고, 천천히 보고, 많이 머물 수 있습니다. 감정의 바닥을 어루만지는 데 필요한 건 의외로 ‘정보’가 아니라 ‘공간’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여행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진짜 회복으로 가는 통로입니다.

무계획 여행을 위한 현실적인 팁

  • 1. 숙소만 예약하고 루트는 비워두기: 안전과 휴식을 위해 숙소는 사전에 확보하되, 그 외 일정은 감정에 맡기세요.
  • 2. 교통편은 단순하게: 기차, 고속버스, 또는 자차. 환승이 많은 루트는 피로감을 줍니다.
  • 3. 디지털 디톡스 병행하기: SNS 업로드나 과한 사진 촬영은 피하고, 진짜 감정에 집중해보세요.
  • 4. 짐은 가볍게, 마음은 무겁지 않게: 필요 이상을 가져가지 마세요. 불확실함도 여행의 일부입니다.
  • 5. 기록은 감정 중심으로 남기기: 루트보다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중심으로 간단히 메모해보세요.

결론 – 방향이 없어도 나아갈 수 있습니다

퇴사 후 떠나는 무계획 여행은 사실 '다시 나를 정돈하기 위한 의식'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라도, 지금 무엇을 느끼는지는 분명하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은 생각보다 큰 회복을 만들어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무 방향으로나 떠나보세요. 중요한 건 목적지가 아니라, ‘그 여정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지’입니다. 그 반응이 모여 다음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단지 조금의 용기와 한 장의 표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