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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떠나는 리셋 여행, 정말 효과 있을까?

by 머니인사이트001 2025. 5. 12.

퇴사는 흔히 ‘끝’이라 생각되지만, 누군가에게는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반복된 일상, 끊임없는 야근, 조직 내 갈등, 이유 없는 무력감.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사직서를 꺼낼 때, 사람들은 종종 생각합니다.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그 다음 문장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어디라도 떠나야겠다.”

‘퇴사 후 여행’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2024년 현재, 20~40대 직장인 중 상당수가 퇴사 직후 1~3개월 사이 ‘휴식형 여행’을 선택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계기로 삶의 전환점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좌절하거나, 그 여행의 의미를 되묻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퇴사 후 떠나는 여행은 우리를 ‘리셋’시켜줄 수 있을까요?

퇴사 후 떠나는 리셋 여행, 정말 효과 있을까?
퇴사 후 떠나는 리셋 여행, 정말 효과 있을까?

1. 퇴사와 동시에 떠나는 사람들 – 왜 우리는 떠나는가

퇴사를 결심하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를 ‘끝내는’ 동시에, 그 끝에서 무엇을 ‘다시 시작할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대부분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재충전을 하려는 목적을 갖지만, 최근 들어서는 ‘나를 찾기 위한 시간’으로 여행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일을 떠나자마자 떠나는 여행은 종종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끌고 갑니다. 직장 내 상처, 정체성 혼란, 실패감, 혹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공허함.

서울의 중견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던 이민영(34,가명) 씨는 퇴사 후 곧바로 동남아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녀는 “사직서를 제출한 날부터 매일 밤 공허했다”고 말합니다. 머리는 자유를 얻은 듯했지만 마음은 지쳐 있었고, 출국 당일에도 설렘보다는 불안이 컸다고 합니다. 그러나 베트남 하노이의 혼잡한 거리, 태국의 조용한 섬을 거치면서 점차 ‘감정을 내려놓고 바라보는 힘’을 얻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그 시간을 “감정의 진공 상태에서 나를 관찰하는 여행이었다”고 회고합니다.

이처럼 퇴사 후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내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를 되돌아보는 통로가 됩니다. 그리고 대개는 그 과정에서 직장인이 아닌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2. 여행이 주는 리셋 효과 – 현실 도피가 아닌, 감정 정화

퇴사 후 떠나는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일탈이나 여가가 아니라 ‘감정 정리의 통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직장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갑니다. 실망, 분노, 피로, 무력감 같은 감정은 의식적으로 외면당한 채 쌓여갑니다. 퇴사를 하고도 그것들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그것들을 끝까지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그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합니다. 긴장된 도시에서 벗어나 바람이 부는 들판을 걸을 때, 낯선 거리의 익명 속을 헤맬 때, 타인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때. 그 모든 순간이 억눌린 감정을 정리하게 해주며, 새로운 관점을 심어줍니다.

그러나 모두가 치유만을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는 여행지에서 더 깊은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막상 떠나도 이전의 감정이 되살아나 불안감을 키우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여행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보게’ 해준다는 사실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해석이 달라지는 것. 그것이 리셋의 본질입니다.

3. 퇴사 후 여행의 리스크와 한계 – 그리고 진짜 회복이란

분명히 퇴사 후 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모두에게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채 떠난 여행은 또 다른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금전적 부담,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 일상 복귀의 공포. 이것들을 여행이 모두 지워주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SNS에서 ‘퇴사 후 세계여행’이 낭만적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은 그렇게 반짝거리지만은 않습니다. 배낭여행 도중 예산이 부족해 일정을 조기 종료하거나, 언어 문제와 현지 사고로 고생한 사례도 많습니다. 또한 여행이 끝난 후 돌아왔을 때, 뚜렷한 계획 없이 공백기만 남아 취업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것이 '리스크'가 아니라, '결과'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행 자체가 실패가 아니라, 그 이후의 자기관리, 감정 정리, 삶의 재설계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 혼란이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퇴사 후 여행을 준비할 때는 ‘어디를 갈까’보다 ‘무엇을 기대하고 떠나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행이 진짜 회복이 되려면, 그 속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힘을 차곡차곡 쌓아야 합니다. 그것은 단 하루의 감성이나 풍경이 아니라, 며칠간의 고요와, 타인과의 조우, 혼잣말과 같은 작은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입니다.

4. 떠날 준비보다, 돌아올 준비

퇴사 후 여행을 성공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복귀를 준비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올 일상을 상상하며, 복직이든 전직이든, 창업이든 ‘돌아올 장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김도현(36) 씨는 여행 중 매일 블로그를 운영했고, 그 콘텐츠가 쌓이면서 퇴사 6개월 후에는 여행작가이자 콘텐츠 마케터로 전환했습니다. “여행이 회피가 되지 않으려면, 그 안에서 무엇이든 만들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글을 쓰며, 또 누군가는 그저 묵묵히 자신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퇴사 후 떠나는 여행은 ‘도피’가 아니라 ‘마주함’입니다. 회사, 일, 사람,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나 자신을 다시 만나러 가는 여정. 그 시간이 잘 정돈될수록, 그 사람은 더 단단하게 돌아옵니다. 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아오는 방식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합니다. “나는 무엇을 내려놓고 떠나는가?”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은가?” 여행은 그 질문에 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 답을 찾을 수 있는 조용한 시간을 줍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야말로 리셋, 그 자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