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현대의 기술 혁신이 빠르게 융합되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지역에서 도서관은 단순히 지식을 보관하는 장소를 넘어,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의 상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중동 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색 도서관들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전통 건축양식이 살아있는 도서관, 기술과 철학이 결합된 미래지향적 도서관,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통해 중동의 깊은 문화적 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전통양식이 살아 숨 쉬는 중동 도서관
중동의 전통 도서관들은 이슬람 문명과 아랍 지식의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고대 건축양식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기능을 겸비한 이들 도서관은, 학문과 종교, 미학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 구조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란 마슈하드의 고하르샤드 도서관은 고하르샤드 모스크 단지 내에 위치한 고전 도서관으로, 이슬람 학문의 중심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15세기 팀루크 왕조 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공간은 타일 모자이크와 페르시아 아치, 정교한 돔형 천장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내부에는 고서와 필사본, 고대 페르시아 시문학 및 코란 주석서 등 귀중한 문서들이 다수 보관되어 있습니다. 방문자는 사전 신청을 통해 일부 장서를 열람할 수 있으며, 현재는 현대식 자료실과 디지털 자료관도 병설되어 운영 중입니다.
튀니지 튀니스의 자이투나 모스크 도서관은 북아프리카 이슬람 교육의 발상지로, 8세기 설립 이후 수많은 학자들이 이곳에서 학문을 연구해 왔습니다. 자이투나 모스크는 마그레브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교육기관이며, 도서관은 지금도 고문서 보존과 연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대리석 회랑과 야자 정원, 전통 돔 건축이 어우러져 있어 공간 자체가 예술적이고 영적인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오만 무스카트의 바이투 알-자바르 도서관은 오만 전통문화박물관 내에 위치한 도서 공간입니다. 이 도서관은 일반적인 서고 형태가 아니라, 전통 오만 주택을 그대로 복원해 만든 독서 공간입니다. 오만의 부족 역사, 향신료 무역 관련 고문서, 지역 시문학 자료 등이 보관되어 있으며, 바닥은 야자 매트로 덮여 있고 천장은 수공 나무보로 마감된 독특한 양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들 전통 도서관은 그 자체로 중동 문화의 박물관이며,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수세기 전 지식의 흔적을 직접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설계하는 중동의 최첨단 도서관
전통과 신앙이 중심이었던 중동에서, 최근 몇 년간 도서관은 도시의 미래와 지식의 확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기술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도서관이 선도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미래지향 도서관의 핵심입니다.
카타르 도하의 카타르 국립도서관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공공도서관 중 하나입니다.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축은 삼각형 형태의 개방형 플로어로 구성돼 있어, 모든 장서를 시각적으로 연결해주는 철학적 설계로 유명합니다. 자동화 시스템, 대규모 디지털화 스튜디오, 다국어 자료 아카이브, 아랍 고문서 특별관 등 기능도 압도적입니다. 시민은 물론 연구자, 여행객에게도 무료 개방돼 있으며,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 파드 국립도서관은 이슬람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식 도서관 중 하나로, 독특한 파사드 구조와 LED 외벽이 인상적인 건축입니다. 이 도서관은 전통 베두인 천막을 연상시키는 설계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중동 전통과 미래 기술이 어우러진 사례로 꼽힙니다. 내부는 연구 중심 장서, 디지털 콘텐츠 구역, 다양한 언어의 자료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VR 콘텐츠 체험실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UAE 두바이의 모하메드 빈 라시드 도서관은 2022년에 개관한 최신 공공도서관으로, 책을 펼친 듯한 외관과 지능형 자동화 시설이 특징입니다. 약 100만 권 이상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아랍 세계의 문화유산 디지털화 프로젝트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전시홀, 문학 축제, 청년 창작공간이 함께 어우러진 이곳은 ‘읽는 공간’에서 ‘창조하는 플랫폼’으로 도서관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도서관들은 기술의 진보와 함께 중동의 문화전략이 ‘지식 기반 사회’로 전환되고 있음을 실감케 합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한 도서관
중동 도서관의 또 다른 특징은, 단순한 열람 공간을 넘어선 복합문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입니다. 다양한 계층과 문화, 종교적 배경을 아우르며, 교육·예술·사회참여의 중심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레바논 베이루트의 아메리칸 대학교 도서관은 미국식 교육과 중동 전통이 혼재된 특수 사례입니다.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 자료가 고르게 구성되어 있으며, 이슬람 사상, 페미니즘, 국제관계 등 주제가 매우 다양합니다. 건축은 20세기 중반 모더니즘 양식과 레바논 석조 기술이 융합되어 고유한 미감을 선사합니다. 도서관 내에는 예술 전시공간, 독서 살롱, 학생 발표회장이 함께 운영되며, 복합문화 활동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요르단 암만의 압둘하미드 샤오만 재단 도서관은 문화복합센터 내 도서관으로, 고전 장서 외에도 영화관, 미술관, 커뮤니티 라운지가 함께 운영됩니다. 난민 청소년을 위한 독서교실, 아랍어 쓰기 프로그램, 사회학 강연 등 시민과 함께하는 도서관의 역할을 명확히 수행 중입니다. 도서관은 이슬람 복식과 현대 가구 디자인이 어우러진 공간 구성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하이파의 하이파 시립도서관은 유대인과 아랍계 이스라엘인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통합 커뮤니티 도서관입니다. 아랍어와 히브리어 자료가 함께 비치되어 있고, 공동 언어 교육, 문화 교류 행사가 활발히 열립니다. 실제로 ‘이중 언어 시 낭독회’, ‘공존을 위한 북토크’ 등 평화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지속 운영되며, 도서관이 갈등을 넘어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복합문화도서관은 중동의 다문화·다언어·다종교적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공간이며, 현대적 도서관의 진화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과 미래, 모두를 담은 중동 도서관
중동의 도서관은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과거와 미래, 이슬람과 세계, 전통과 기술, 공동체와 개인을 잇는 복합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여행 중, 혹은 현지 체류 중 이 도서관들 중 한 곳을 방문해보세요.
지식을 넘어선 문명적 울림이 조용히 전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