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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의 시작 – 카세트테이프에서 AI 낭독까지

by 머니인사이트001 2025. 4. 20.

오디오북은 단지 종이책의 대안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때는 기술의 산물이었고, 또 한때는 위로의 목소리였으며, 지금은 새로운 콘텐츠의 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책을 듣는다’는 개념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라디오 드라마부터 시작해,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낭독, MP3 파일로 저장된 소설, 그리고 이제는 AI가 읽어주는 텍스트까지. 오디오북의 역사는 우리가 ‘소리’를 통해 지식을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공유하며, 문화를 확장해왔던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오디오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AI 낭독 콘텐츠로 진화했는지를 시간 순으로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디오북의 시작 – 카세트테이프에서 AI 낭독까지
오디오북의 시작 – 카세트테이프에서 AI 낭독까지

카세트테이프의 시대 – 오디오북의 원형이 된 소리

오디오북의 역사는 ‘카세트테이프’ 시대와 함께 시작됩니다. 1960~70년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도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최초의 오디오북 형태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 당시에는 대부분의 낭독 콘텐츠가 도서관, 복지기관, 시각장애인협회 등을 통해 제공되었고, 교육용 목적이나 복지 목적으로 제한된 유통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카세트테이프의 대중화와 녹음 장비의 보급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로 책을 읽고 저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일반 독자들도 오디오북을 소비하기 시작했고, 일부 출판사는 아예 ‘카세트북 시리즈’를 제작하여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오디오북은 물리적인 매체 특성상 한 권의 책이 여러 개의 테이프로 나뉘어 있었고, 원하는 부분을 찾아 듣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목소리로 책을 듣는다는 새로운 경험’의 출발이었고, 특히 장거리 운전 중이나 시각이 불편한 독자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진 서비스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Penguin AudioRecorded Books의 테이프 시리즈가 있으며, 이들은 고전문학, 자기계발서, 종교 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낭독본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넓혀갔습니다. 이 시기의 오디오북은 지금보다 기술적으로 불편했지만, ‘사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매력은 이미 이때부터 분명히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CD, MP3, 그리고 디지털 오디오북의 확장

1990년대 중반부터는 CD-ROM 기술이 보급되면서 오디오북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습니다. 음질이 개선되었고, 저장 용량이 증가하면서 더 긴 텍스트도 하나의 디스크에 담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학교나 도서관 등에서는 학습용 콘텐츠로 CD 오디오북을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이는 ‘듣는 독서’가 특정 계층을 넘어 일반 대중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후 2000년대 초반, MP3 파일 포맷의 등장은 오디오북 산업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냅니다. 이제는 물리적 매체 없이도, 디지털 파일만으로 수십 권의 책을 휴대하고 청취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아이팟이나 MP3 플레이어는 텍스트 대신 ‘사운드 콘텐츠’의 플랫폼으로 활용되었고, 이에 따라 Audible, iTunes, OverDrive 등 온라인 오디오북 유통 플랫폼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오디오북’이라는 단어가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일부 출판사와 성우들이 협업하여 CD 또는 MP3 형태로 된 낭독본을 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당시의 대표적인 오디오북은 '연금술사', '탈무드', '논어' 등의 고전이었으며, 주로 성우나 방송인이 직접 낭독하여 품질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스마트폰의 보급과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은 오디오북 소비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더 이상 CD를 구입하거나 파일을 다운로드할 필요 없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원하는 책을 들을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Audible(아마존), Storytel(스웨덴), 윌라(한국) 등 글로벌 오디오북 플랫폼의 성장으로 이어졌고, 오디오북은 단순한 낭독을 넘어 ‘플랫폼 중심 콘텐츠’로 자리잡게 됩니다. 또한 이 시기부터 ‘작가 본인의 낭독’, ‘복수 성우에 의한 연출형 낭독’, ‘배경음악 삽입’ 등의 다양한 포맷 실험이 이뤄지며, 오디오북은 단지 텍스트의 음성화가 아닌, 오디오 콘텐츠의 한 장르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

AI의 등장 – 사람이 아닌 목소리로 책을 읽는 시대

최근 오디오북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변화는 단연 AI 음성 기술의 도입입니다. 텍스트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TTS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사람의 낭독 없이도 자연스럽고 감정이 담긴 음성으로 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구글의 WaveNet, 아마존 Polly, 마이크로소프트 Azure Voice, 네이버 클로바 Dubbing 등이 있으며, 이들은 사람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수준의 음성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AI는 다양한 목소리 톤, 속도, 억양을 설정할 수 있으며, 실시간 번역 낭독, 감정 조절, 말버릇 설정 등도 가능해졌습니다.

실제로 Audible, Google Play Books, 밀리의 서재 등은 AI 음성 낭독 오디오북을 일부 책에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작 비용을 절감하고 낭독본의 다양성과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번역서, 비문학, 기술서 등 감성보다 정보 중심의 콘텐츠는 AI 음성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AI 오디오북은 콘텐츠의 확장성과 개인화 면에서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선호하는 ‘목소리’를 선택하거나, 하루 청취 시간에 맞춰 ‘듣기 시간’ 최적화된 버전으로 자동 편집하는 기능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사용자의 몰입도와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사람 성우의 감정 연기, 멈춤과 숨결, 독특한 억양 등은 아직까지 AI가 완벽히 대체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남아 있으며, 이에 따라 오디오북 시장은 AI 낭독과 사람 낭독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디오북, 소리로 이어진 독서의 진화

오디오북은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존재입니다.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대신,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상상하고 이해하는 과정. 그것은 단지 ‘편리한 대안’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의 독서 방식입니다.

카세트테이프에서 시작된 조용한 소리는 이제 AI의 목소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의 발전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오디오북은 더욱 지능화되고, 더욱 몰입형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그것은 여전히 우리를 이어주는 가장 오래되고도 따뜻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