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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를 AI가 쓴다면 – 저작권 보호 어디까지 가능한가

by 머니인사이트001 2025. 4. 25.

“이 목소리는 제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는 가상의 설정이 아닙니다. 최근 실제 한 성우가 겪은 사건에서 비롯된 문장입니다. 그 성우는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광고 영상에서, 본인의 목소리와 거의 흡사한 AI 음성이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고 감정까지 담겨 있는 듯한, ‘진짜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목소리조차 도용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인간의 음성을 학습하고, 그 결과물로 고도로 정제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목소리가 어디서 왔는지, 누구에게 허락을 받았는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내 목소리’는 과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신의 음성을 지키고, 무단 사용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AI가 학습한 목소리와 저작권 사이의 충돌을 중심으로, 현행 법제도와 실제 사례, 그리고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응 방법까지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내 목소리를 AI가 쓴다면 – 저작권 보호 어디까지 가능한가
내 목소리를 AI가 쓴다면 – 저작권 보호 어디까지 가능한가

1. 목소리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자산인가?

우선, 목소리가 법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현재의 저작권법은 음악, 영상, 문학 등 구체적인 창작물을 중심으로 보호하고 있으며, 목소리 그 자체는 ‘저작물’로 간주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성우, 배우, 방송인, 유튜버, 강사 등 많은 사람들에게 ‘목소리’는 생계와 직결된 수단이자 고유한 정체성입니다. 이들이 오랜 시간 훈련하고 다듬어온 음성은 단순한 소리가 아닌, 창작 활동의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적용 가능한 관련 법으로는 다음이 있습니다. 먼저 ‘초상권’입니다. 원래는 얼굴이나 외모를 보호하는 개념이지만, 최근에는 목소리 역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로 인식되며 보호 범위에 포함되고 있습니다. 또한,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타인의 성명이나 음성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명확히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최근 법 개정에서는 음성도 보호 대상임을 명시적으로 포함했습니다.

그리고 성우나 크리에이터가 특정 콘텐츠 제작 시 AI 학습에 대한 사용 여부를 계약서에 명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사전적으로 목소리의 활용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2. AI 학습과 무단 사용 – 문제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AI 음성 생성 기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딥러닝 기반 TTS(Text To Speech) 기술은 소리의 높낮이, 속도, 정지, 억양까지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으며, 사람의 음성과 거의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진화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생성된 음성들이 실제 사람의 목소리에서 유래했다는 점입니다. 많은 경우, 유튜브, 팟캐스트, 강의 영상 등에서 공개된 음성을 AI가 수집하고, 그것을 학습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새로운 목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한 유튜브 성우는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학습한 AI가 광고 영상에 사용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해외에서는 유명 성우들이 게임사와 오디오북 플랫폼을 상대로 자신의 목소리 무단 학습 및 사용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뉴스 낭독자의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유튜브에서 뉴스 요약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여 조회수를 얻는 경우도 있으며, 이러한 콘텐츠는 대부분 실제 목소리 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오해받습니다.

이처럼 AI가 목소리를 학습하고 사용하는 행위는 기술적으로는 ‘합성’이지만, 실제로는 ‘표절’과도 유사한 구조를 가집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는 이를 규제하거나 명확히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3. 법은 어디까지 목소리를 보호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법은 어디까지 목소리를 보호하고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인 저작권법으로는 음성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민사상 초상권, 인격권 등으로 우회적인 보호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목소리를 인공지능이 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면서 ‘퍼블리시티권(성명권과 음성, 이미지 사용 권한을 포함한 개념)’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일부 주에서는 법적으로 목소리 자체의 상업적 사용 권한을 인정하는 조항을 두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AI법 초안에서 음성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인 해석에는 공백이 존재합니다. 특히 AI가 단일한 음성을 학습한 것이 아닌, 다수의 목소리를 혼합해 만들어낸 음성은 누구의 것인지조차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용 여부 자체를 입증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는 ‘목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형성되고 있지만, 이를 법적으로 입증하고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4. 현실적인 대응 방안 – 내가 내 목소리를 지키는 방법

이처럼 법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소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사전적 조치와 기술적 방어가 중요합니다.

첫째, 콘텐츠 제작 계약 시 AI 학습 금지를 명시하는 조항을 꼭 포함시켜야 합니다. ‘본 음성은 오직 특정 목적에 한해 사용되며,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AI 학습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건은 사후 대응보다 훨씬 강력한 예방책이 됩니다.

둘째, 디지털 워터마크나 오디오 식별 기술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일부 플랫폼에서는 AI가 학습할 수 없도록 음성 신호에 특수한 식별 코드를 삽입하거나, 불법 복제 시 소스 추적이 가능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정부나 기관 차원의 인증 시스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현재 음성 기반 콘텐츠에 대한 보호 시스템을 연구 중이며, 향후 블록체인 기반의 ‘목소리 저작물 등록제’가 도입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I 서비스 제공업체가 목소리 데이터의 출처를 명확히 공개하고, 해당 음성이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것임을 표기하는 투명성 확보도 중요합니다.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목소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합니다. 기쁨, 분노, 슬픔, 설렘—all of them are heard, not just seen.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존재의 일부이며, 그만큼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아야 합니다.

AI가 우리의 목소리를 흉내내고, 대신 말하고, 때로는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기술적으로 놀랍지만, 동시에 매우 조심스럽고 민감한 문제를 동반합니다.

내가 말하지 않은 말을 누군가의 입을 빌려 말하게 한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표현의 침해입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도구여야 합니다. 그렇기에 목소리를 지키는 일은 단지 권리 보호가 아닌,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문제입니다. 이제는 목소리도, 나의 일부로서 명확히 지켜야 할 ‘재산’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