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나 클릭 몇 번만으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고,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인공지능(AI)이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상상 속 이야기였던 ‘AI가 창작하는 세상’은 이제 우리 곁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편리함 속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가 존재합니다. 바로 AI가 만들어낸 콘텐츠의 저작권과 그로 인한 법적 분쟁입니다.
“AI가 만든 작품에 저작권이 있을까?”, “누가 그 권리를 가져야 할까?”, “AI가 만든 음악이 내 스타일을 베꼈다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이제 단순한 철학적 고민을 넘어서, 실제 법정에서 다뤄지는 사례들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AI가 만든 창작물, 과연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까요?
저작권법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인간의 창작’입니다. 즉,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담긴 결과물만이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AI는 감정도 없고, 창의적인 의도도 없습니다. 단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결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문장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그림이나 음악은 법적으로는 ‘무주물’, 즉 아무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결과물로 봐야 할까요? 이 문제를 두고 전 세계적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AI가 만든 콘텐츠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히 밝히기도 했고, 어떤 곳은 사람의 개입 정도에 따라 권리를 인정하는 유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저작권청(USCO)은 2022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만든 이미지에는 저작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반면 영국은 ‘AI가 만든 작품이라도, 그 결과물을 기획하고 설정한 사람이 있다면 일정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생성형 AI 툴을 활용하더라도 사람이 어떤 ‘기획’과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저작권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 창작물을 둘러싼 실제 분쟁 사례
AI 창작물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은 이제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몇 가지 실제 사례를 통해 문제의 복잡성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① GitHub Copilot 저작권 소송 (미국)
GitHub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Copilot'은 AI 코딩 보조 툴입니다. 수많은 오픈소스 코드를 학습해 개발자에게 코드 추천을 해주는 기능인데요, 이 과정에서 일부 개발자들은 “자신의 코드가 무단으로 AI 학습에 사용됐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I가 생성한 코드가 원저작자의 코드와 유사한 경우, ‘표절’로 간주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② AI 생성 그림의 저작권 등록 거절 사례 (미국)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Midjourney'를 활용해 만들어진 작품을 저작권 등록하려 했던 한 작가는, 미국 저작권청으로부터 등록 거절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유는 “이 이미지는 인간이 아닌 AI가 만든 것이므로 저작권 등록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작가는 “내가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수십 차례 수정한 결과물”이라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1차 심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③ Getty Images vs Stability AI (영국)
이미지 스톡 사이트인 Getty Images는 생성형 AI 툴인 'Stable Diffusion' 개발사 Stability 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유는 이 AI가 Getty의 수많은 이미지들을 무단으로 크롤링해 학습에 사용했다는 것이며, 심지어 생성 이미지 일부엔 Getty의 워터마크 흔적이 남아 있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이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며, 향후 AI 학습용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인식에 큰 영향을 줄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지 ‘누가 먼저 만들었는가’를 넘어서, AI가 기존 창작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사용자의 개입이 어느 수준까지였는지를 세심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생성형 콘텐츠 시대, 법과의 차이는 얼마나 있을까요?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법은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AI가 어디까지가 ‘도구’이고, 어디부터가 ‘창작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매우 모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은 조금씩 법적 기준을 마련해 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 EU: AI Act를 통해 ‘책임 있는 AI 개발’을 위한 규제를 준비 중이며, 생성 콘텐츠의 출처 명시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 미국: 현재로선 AI가 만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사용자의 창의적 개입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일부 보호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특허청이 AI 창작물의 저작권 인정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이며,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AI가 학습하는 데이터의 저작권'과 관련된 쟁점도 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 디자이너, 작곡가의 작품이 AI 학습에 사용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이나 통제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AI와 창작, 공존을 위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합니다
AI가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 우리는 단순히 ‘누가 만들었는가’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가’를 함께 보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창작과 저작권은 여전히 인간의 권리와 감정이 얽힌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AI는 분명 창작의 새로운 도구이자, 기회의 확장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존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저작권이 무분별하게 인정되면, 결국 창작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과 법, 그리고 사회의 합의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점점 더 늘어나는 지금, 사용자 스스로도 ‘어떻게 쓰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저작권을 주장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한 기준과 책임 있는 사용이 뒷받침될 때, AI와 인간은 진정한 창작 파트너로 함께할 수 있을 것입니다.